고장원님은 SF아카이브의 대표 박상준님과 더불어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SF 분야의 중요한 연구자입니다. [SF의 법칙], [SF로 광고도 만드나요?] 같은 SF 이론서만이 아니라 [연애 소설 읽은 로봇] 같은 SF 단편집에 소설을 수록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죠.
  여러 차례 강연을 하고, 사이언스 타임즈에서 고정 필자로 활동하는 등 SF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남긴 것으로 특히 알려졌는데, 고장원님은 명확한 이론을 세우고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 스타일에 가까운 강의와 자료로서 눈길을 끕니다. 그것이 보는 이에게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뭔가 괜찮은 것을 보았다.”라는 뿌듯한 느낌을 전해주지요. 학자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그런 고장원님이 ‘SF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내셨습니다. 두께가 자그마치 610쪽. 여느 책이 그렇듯(저작권 문제도 있는 만큼) 사진보다는 글 중심의 책자인지라(게다가 처음부터 글이 가득 차 있어서) 다소 압박감도 느껴지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내용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항목 하나하나가 크기 때문에 한 번에 다 읽기보다는 여러 번에 나누어 보는 것이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고요.(두께가 두께다 보니 손에 들고 보기도 조금 힘든게 사실이고요.)

  책의 구성은 SF가 무엇이며, SF와 판타지의 차이, 그리고 하드 SF와 소프트SF의 다른 점에 이어 SF가 SF다워지기 위한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내용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그 중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보았던 부분은 ‘과학 소설의 국내 출판 시장 확산 전략을 위한 제언’이었습니다.
  왜 SF 소설이 한국에서 잘 팔리지 않으며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다룬 내용으로서, 출판사만이 아니라 작가 쪽에서도 좀 더 관심을 갖고 봐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설문 조사 등을 통해서 독자들의 성향을 조사하고, 명확한 방향성을 찾아서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 등은, 특히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근거를 제시하는 고장원님의 스타일이 잘 반영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물론 책의 전반적인 내용에서도 그러한 인상을 받게 되지요. SF가 어떤 것이며, 어떤 성향을 갖고 있으며, 어떤 것이 좋은가... 흔히 SF와 관련하여 사람들이 궁금해 할 어떤 내용에서 이 책은 다양한 작가나 제작자의 말을 인용하고, 통계를 소개하면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장원님의 개인적인 분석과 견해가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이 책은 SF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로서 특히 가치를 갖습니다. 수많은 작가와 평론가 등의 ‘말’을 통해서 이들을 뒷받침하며 그만큼 고개를 숙이고 수긍하게 합니다.
  한편으로, SF에 대해서 단순히 흥미를 갖고 조금 살펴볼까...라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메시지들로서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고장원님은 POD를 추천하면서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남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책이 POD에 어울린다.”
  언젠가 20여권으로 완성하겠다는 ‘SF 가이드 총서’는 그런 면에서 POD에 어울리는 책입니다. 참고 도서라기보다는 백과사전을 연상케하는, 그럼에도 한편으로 고장원씨가 담고 있는 SF에 대한 지식과 생각이 깊이 담긴 연구서.
  POD 방식의 책은 업데이트도 편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업데이트를 하기 쉽다고 하며, 고장원님의 스타일을 볼 때 앞으로 이 책은 꾸준히 업데이트되며 완성되어 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사지 않고 나중에 산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낫겠지요. 책이라는 것은 음식과 마찬가지라서 ‘따끈따끈할 때’ 봐야 하니까요.

  “SF란 무엇인가?”는 고장원님의 오랜 고민과 생각이 잘 담겨 있는 책입니다. SF에 어지간히 친숙한 사람이라도 다소 부담을 느낄 정도의 두께와 그 이상의 지식이 넘쳐나는 책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남길만한 가치가 있고, 한번 쯤 볼만한, 그리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8,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이 된다면, SF&판타지 도서관을 찾아서 한번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정말로 SF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관심있는 분이라면, 이 책은 한번 읽고 끝내는게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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