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F&판타지도서관입니다.
새해 첫 작가와의 만남을 공지합니다. 이번에 함께하실 분은 장은선 님입니다.
장은선 님은 주로 영어덜트 분야에서 책을 내신 분으로, 최근에는 인구 증가로 인해 '자식세'를 내고 자녀의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설정의 청소년 디스토피아 소설 [밀레니엄 칠드런]으로 비룡소의 블루픽션 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정말로 생존을 건 폭력과 억압과 경쟁 사이에서 개인이 살아남을 길을, 그것도 올곧게 살아갈 길을 고민하는 소설입니다. 청소년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군요. 어쩌면 [노빈손 세계여행] 시리즈의 저자로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여행 외에도 사이언스 판타지 등의 시리즈를 쓰셨으며, 노빈손 시리즈는 다른 분들이 쓴 책까지 합해 백여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장은선 님의 에세이집 [노 보더]에는 저자의 이력이 더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에반게리온 등으로 '애니메이션 오타쿠'가 된 이후 덕업일치의 꿈을 이뤄 JAM project의 스탭으로 취직했다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망치듯' 세계여행을 떠나고, 그 여정을 통해 다양한 사회에서 고민하는 유사한 목소리를 들은 경험이요. "편견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태국의 트랜스젠더, 1인 여행사를 차린 지 3일 된 베트남 시골 소녀, 불안한 미래로 인해 꿈을 젊어야 하는 중국의 음대생, 규격화된 삶을 거부한 일본인 국제 귀농자, 뼈아픈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밤낮 없이 일하는 인도의 호텔 직원, 아랍의 봄을 통해 희망을 찾으려는 이집트 소년 등" 상황과 여건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더욱 돋보이는, 경계를 두지 않는(No Border) 본질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 [밀레니엄 칠드런] 등의 청소년 소설에서는 이런 경험을 거치며 얻은 고민과 나름의 해답이, '노빈손' 시리즈에는 '다른 곳'에 대한 관심과 반가움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번역가로서 쿠로노 신이치의 청소년 소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후지와라 신야의 사진 에세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기도], 애니 폭스의 [나는 왜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등을 번역하셨습니다. 이번 작가와의 만남도 여러 모로 할 이야기가 많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작가와의 만남은 도서관 안에서 열리며 도서관 운영위원이신 심완선 님이 진행을 맡으실 예정입니다. 행사는 2시간 가량 진행되며 끝나고 사인회가 있습니다. 책은 도서관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일시: 2014년 1월 17일(토) 오후 4시
참가비: 없음 (저녁식사는 별도)
작가 소개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좋아하는 가수를 쫓아 일본 연예기획사의 스태프로 입사했으나 동일본대지진을 겪고 한국에 돌아왔다. 이후 혼자 일본에서 도망쳤다는 충격에 못 이겨 반 년간 세계를 떠돌아 다녔다. 『노빈손 슈퍼영웅이 되다』, 『노 보더』 등을 쓰고,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기도』 등을 번역했다. 『밀레니얼 칠드런』으로 2014년 제8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했다.
작품 소개

“우리는 아직 태어나지조차 못했어.
태어나고 싶다면, 세계를 파괴해야 해.”
학교:
정부에 허가받지 않고 태어난 아이들을 집단으로 수용하고 교육하는 국가기관
이것은 디스토피아이자, 우리의 현실이다
긴장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 공감을 이끌어 내는 심리묘사!
-김경연(청소년문학 평론가), 이옥수(청소년소설가), 박성원(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2014년 제8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1회 『하이킹 걸즈』(김혜정)를 시작으로 2회 『꼴찌들이 떴다!』(양호문), 3회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박선희), 4회 『번데기 프로젝트』(이제미), 5회 『그냥, 컬링』(최상희), 6회『원더랜드 대모험』(이진)에 이르기까지, 매년 신선한 작가와 작품으로 청소년문학의 지평을 넓혀 온 비룡소 ‘블루픽션상’이 2014년 제8회를 맞아 장은선의 『밀레니얼 칠드런』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노화의 원리가 규명됨으로써 자식을 갖는다는 것이 재력의 상징이 되어 버린 근미래, 등록아동이었던 ‘새벽’이 하루아침에 학교에 수용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충격적인 현실, 계급으로 나뉜 아이들과 조우하고, 탈출을 감행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십 대가 당면한 현실과 사회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굵직한 문제들이 담긴 의미 있는 작품으로, 그러한 주제의식을 한 편의 탈출극을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서사에 절묘하게 녹여냈다. ‘밀레니얼’은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적 세상이지만 그와 반대되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역설적 모습과 소위 ‘밀레니얼 세대’로도 불리는 지금 아이들의 현실을 담은 단어다. 심사위원(김경연, 이옥수, 박성원)으로부터 “근미래를 배경으로 학교 문제, 자본주의 사회의 비인간성, 기술과 윤리의 문제 등을 긴장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 공감을 이끌어 내는 심리묘사”로 엮었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평>
자식을 갖는다는 것이 재력의 상징이 되어 버린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작품의 주된 주제인 학교 문제에 서사적 거리를 두고 접근할 수 있는 사고의 공간을 확보했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의 비인간성, 기술과 윤리의 문제 등 현재 존재하는 또는 앞으로 존재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와의 고리를 놓치지 않는 문제의식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작품을 자칫하면 알레고리로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뻔한 전개와 결말을 예상케 할 위험이 있는데, 이 작품은 긴장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 공감을 이끌어 내는 심리묘사로써 그러한 위험을 떨어 버리는 성취를 이루어 냈다.
심사위원: 김경연(청소년문학 평론가), 이옥수(청소년소설가), 박성원(소설가,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미래의 학교와 비非성년자들을 그린 청소년 디스토피아 소설
십 대는 입을 빼앗긴 세대입니다. 성인들은 모두 각 세대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작가나 매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십 대 작가는 극히 드물며, 언론인이나 미디어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십 대에게 공식적으로 허락되는 것은 타 세대에서 빌려온 대변인 정도고, 그조차도 마이크를 베푸는 권한은 성인들에게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제넘지만 청소년 소설을 쓰는 이상 오로지 십 대의 입장에서 말하려 했습니다. 그 시절의 저에게 늦게나마 입을 주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멀지 않은 미래, 사망률이 낮아지고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자 정부는 산아제한정책의 일환으로 ‘자식세’를 신설한다. 그로 인해 자식세를 낼 능력이 없는 부모들이 정부 몰래 아이를 낳아 기르거나 낳자마자 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모두 ‘학교’라는 기관으로 보내 길러지게 된다. 『밀레니얼 칠드런』 속의 학교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이 모인 곳이자, 성년이 될 아이들을 가려내는 국가기관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치러지는 시험에서 받은 등급으로 숙소는 물론 급식의 수준까지 차별받게 된다. 그리고 졸업 때 치르는 성인능력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지 못하면 영원히 비성년자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비성년자들은 교육, 선거, 결혼 등 모든 것에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그러한 세상을 알지 못한 채 안온한 삶을 누려오던 ‘등록아동’ 새벽은 부모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자식세를 더 이상 낼 수 없자 하루아침에 학교에 수용된다. 그곳에서 새벽이 마주한 현실은 희망이라곤 한 줄기 없어 보이는 캄캄한 디스토피아다. 장은선 작가는 십 대 시절 지방과 서울을 옮겨 다니며 느꼈던 학교의 격차, 그리고 어디선가 마주친 학교의 고압적인 시설물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옮겨와 지금의 현실을 힘 있는 서사로 절묘하게 담아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이지만 마치 지금의 이야기인 듯 공감 어린 시선으로 이야기에 몰입하며, 자신들을 가둔 현실에서 깨어나려는 새벽과 아이들의 시도를 응원하게 한다.
알을 깨고 나아가려는 아이들의 의미 있는 탈출극
등록아동이었던 새벽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에는 차가운 울분이 담겨 있다. 학교의 아이들은 여러 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성적 등급. 발에 찬 발찌에는 등급에 따른 색깔이 표시되어 있고, 성적이 높으면 그만큼 다른 아이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다. 성적에 따른 등급이 개인마다 주어진다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따라 다시 두 무리로 나누어진다. 헤이즈와 넘버즈. 헤이즈는 부모가 세금을 내지 못하고 몰래 기르던 아이들을 뜻하고, 넘버즈는 낳자마자 버려져 기관에서 받은 등록번호의 끝자리로 이름이 불리는 아이들을 뜻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품은 울분에 따라 다시 무리를 짓고 반대편 아이들을 적대시한다. 어른들이 만든 억압된 세계에 갇힌 아이들이 서로에 대한 폭력을 자행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로부터 외면 받던 새벽을 유일하게 챙기는 아이는 학교에서 일등을 차지하는 ‘이오’다. 이오는 넘버즈지만 어차피 처한 현실이라면, 자신만 좋은 성적을 받는다면 성인이 되어
이곳을 탈출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출발선이 주어질 순 없잖아. 내게 주어진 조건이 불합리하다고 투덜거려 봤자 낙오자밖에 될 수 없어.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지. 우리의 시험은 무의미하지 않아. 당당한 성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잖아.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야.” p.66
이오는 그만큼 자신 있었기에, 등록아동이었던 새벽을 오히려 자신의 세계로 끌어안는다. 하지만 첫 시험에서 새벽이 일등을 차지하고, 자신이 태생적으로 넘어설 수 없는 바깥세상 아이들과의 격차를 알게 되자 새벽을 점차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시험 날, 다시금 그 벽을 느낀 이오는 미래에 대한 절망 끝에서 스스로 몸을 던지고 만다.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내게 널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까?” -p.110
이오의 자살에 충격과 죄책감을 느끼던 새벽은 이오의 일을 덮기에 급급한 학교와 경쟁자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는 룸메이트 앞에서 또 한 번 절망한다. 그리고 그 절망감은 또 다른 이오를 만들지 않기 위한, 자신들의 진짜 미래를 위한 탈출극으로 이어진다.
이오를 구할 수 없었다는 죄책감, 스스로 몸을 밀어내기 전에 손을 잡아 주지 못했다는 새벽의 읊조림에는 동감어린 큰 울림이 있다.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구조가 만들어 내는 아이들 사이의 권력관계, 같은 문제의 해결방식을 두고 논쟁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노련한 전개와 문장 사이에 촘촘하게 짜여 있다.
유토피아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
“모두가 똑같은 소리를 내는 거. 처음이었단 말이야.(...) 하늘이 너무 넓어 보였어. 하늘은 항상 똑같은데, 그 순간에는 그게 우리 것처럼 느껴졌다니까.” -p.159
새벽은 계획을 짜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위해 넘버즈의 수장인 ‘악어’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악어는 새벽에게 먼저 지금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며 새벽을 시험한다. 어차피 성인이 될 가능성이 없는 악어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지만, 새벽은 얼마든지 성년이 되어 학교를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먼저 모두 내어 놓아야 하는 새벽의 갈등, 그리고 마침내 내린 결단은 소설의 후반을 이끌어 나가는 주요한 힘이자 알을 깨고 나가려는 아이들에게 있어선 실낱같은 희망이다.
숨 가쁜 탈출극 끝에 기다리고 있는 열린 결말은 미묘하고 가슴 쨍한 감동을 준다. 유토피아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절망에 몰린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면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꽉 얽힌 두 손처럼 힘 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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