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이 글만은 끝내게 하소서.



그간 다양한 형태의 장르문학 단편선집을 접해봤지만종말 문학이라는 타이틀로 한데 엮어 출간한 대담함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그러자니 곧이어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왜 지금 종말 문학인가?> 

사실 인류나 문명 종말에 대한 이슈가 지속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요

그 유명한 2012 멸망설도 있고또 지난 주 금요일(21)은 미국의 헤럴드 캠핑 목사가 

두 번째 인류 심판의 날이라며 지목했던 날이기도 했었죠

캠핑 목사는 구약성서 창세기 노아의 방주에 나오는 대홍수를 다시 분석하면 파괴가 진행된 77일간을 

7천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2011년 10월 21 종말의 날이라고 선언했지만, 

아직은 이렇게 멀쩡하게그럭저럭 잘 살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설이나 예언들을 차치하고서도종말 문학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은 좀 흥미롭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이슈가 되는 가설이나 예언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라

서브장르로서의 번듯한 구심점을 갖추고 있단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관련 작가들이 지난 20년간 발표한 작품들을 엮었다고 하니 말이죠. 그 만큼의 시간을 지나온 내공이 있는 것입니다. 

2차 대전 직후 성행하다 주춤했던 종말 문학은 2000년대 들어 등장한 테러 등의 새로운 위협들로 부흥기를 맞았는데

이 선집은 그런 신흥 부흥기에 진입한 종말 문학의 결을 담아냈다고 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참여 작가군의 라인업을, 

보란듯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선집의 첫 작품을 바로 스티븐 킹이 마크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조지 마틴올슨 스콧 카드 등 그 이름들만으로도 기대감이 충만해지죠.



탁월한 발상으로 이 책을 엮은 존 조지프 애덤스는 《판타지와 SF(F&SF)》 부편집장이자 2011년도 휴고 상과 

세계 판타지 상 최고 편집자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저명한 편집자입니다

그는 <왜 종말 문학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서문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우리를 이 황량한 풍경즉 포스트 아포칼립스 문학으로 이끄는 요인은 무엇일까적어도 내게그 이유는 분명하다

종말 문학이 모험에 대한 우리의 기호즉 새로운 발견이 가져다주는 전율 및 뉴프런티어에의 갈망을 실현해 주기 때문이다… 

환상을 다루기도 하고더 많게는 공포의 영역을 탐구하지만그 어느 것이나 우리에게 단 하나의 질문을 던져준다

<인류가 멸망하면 우리가 아는 세상과 삶은 어떻게 되는거지?>

 


 


[*]그대아직 이 글을 읽고 있는가? - 스티븐 킹, <폭력의 종말>

앞서 언급했듯걸작선집은 스티븐 킹의 단편으로 시작합니다선집의 기조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는 첫 작품의 자리는 역시 스티븐 킹

주인공은 프리랜서 작가인데설정된 주인공의 이 직업이 심심치 않은 효과를 내옵니다스스로 죽음의 주사를 맞은 주인공은 

확실한 데드라인’ 속에서 지난날 천재적인 동생과 감행했던 전인류적인 실험을 회상하며 글을 써나가는데

다가오는 그 생명의 데드라인이 글 자체에도 반영되어 종말의 과정을 함께 감내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 과정을 스티븐 킹이 어떤 형식으로 표현해냈느냐 하는 것은후반부로 갈수록 과감하게 드러납니다

이 역시 하나의 실험인지도 모르죠처음에 어떤 오해로 여겨질 만한 기민함으로 시작된 기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