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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이벤트를 통해서 받게 된 책입니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신청을 하게 되었는데 덜컥 당첨이 되어 버렸네요.

 

 인간성을 부정당하고 어린 시절부터 나라의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의해 '칼'이라는 도구로만 길러져온 주인공 명(明).

 좁은 공간에만 갇혀 자신을 훈련시키는 '정태우'와만 접촉해왔던 그는 갑자기 습격해온 관군에 맞서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칼로서의 위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자신을 훈련시키던 조직은 와해되어 버리고 정태우와 함께 왕의 앞에 서게 되어 왕의 칼이 되기를 강요받습니다.

 인간이라는 자각이 없는 명은 그저 자신에게 유일하게 명을 내리는 정태우의 뜻대로 움직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명을 조직에 넘겼던 형이 찾아와 그를 데려갑니다. 더이상 사람을 벨 필요가 없다 말하는 형은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두령이었지요. 어쨌거나 명은 형의 말을 통해 칼이 된 이후 처음으로 기쁨과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을 추적해 온 관군에 맞서는 형의 명령에, 사람을 벨 필요가 없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형이 베라고 할때만 베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알고 배신감이라는 감정도 느끼게 됩니다. 전장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명은 칼이 되어 관군들을 도륙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이야기는 책을 읽어보세요.^.^

 

 응모 의도처럼 표지가 마음에 들었을 뿐이라 책 자체에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첫 문장을 읽어보고는 흥미가 동하더군요. 제가 워낙 역사소재의 소설을 좋아해서 말입니다.

 처음엔 팩션이 아닌가 했는데 읽다보니 기담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더군요. 분명 조선시대의 말을 쓰고 조선시대의 복색을 하고 조선시대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조선은 아닌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대충 분위기를 보면 여말선초, 태종대왕 정도의 시대입니다만 역사소설도, 대체역사소설도 아닌 이 이야기는 기담, 말 그대로 기이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장르 역시 개인적인 취향이기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말이죠.^.^

 

 작가께서 오랜 기간 환상문학웹진에서 편집자와 작가로 활동하셨던 분이라 그런지 글의 구성도 탄탄했고, 전체적인 필체와 묘사 자체도 세밀하고 섬세하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적용되어 그런 것일까요? 그리고 고전 기담소설류의 단점으로 꼽히는 단순한 이야기 진행과 유치함도 이 책에서는 찾아볼수가 없었고요.

 저 같은 경우는 그런 단점 때문에 기담소설류를 좋아하는 것이 커서 너무 깔끔하고 세련된 점에서 오히려 거부감을 느겼지만 말입니다.^.^

 

오랜만에 취향에 맞는 좋은 소설이었지만, 장르문학 쪽에서 이런 책을 발견할 때마다 재미와는 별개로, 역시 제게는 글을 쓰는 재능 따위는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