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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상상력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
SF는 '상상 과학'의 세계. 단순히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학을 통한 상상의 세계를 펼쳐나가는 것. SF를 쓰거나 읽기 위해서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다채로운 과학적 상식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만큼 풍부한 소재와 이야기로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과학 교수를 역임하고, 수많은 칼럼을 비롯한 과학 교양서적들을 양산한 아이작 아시모프라면, 진정한 SF 작가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시모프는 과연 어떤 인물이고 어떤 작품을 남겼을까? 여기서는 이에 대해 살펴볼까 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생애

1980년대 과학동아에서 연재되기도 했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 칼럼'이나 수많은 과학 교양서적으로도 잘 알려진 아이작 아시모프지만, 그는 본래부터 전문 과학계보다는 SF 세계에서 활동을 시작한 인물이다.
1920년. 구 소련의 페트로비치에서 태어난 그는 23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함으로서 SF의 폭넓은 세계를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는 구멍가게를 하고 있는 그의 가족을 도와서 가게를 보곤 했는데, 가게에 놓여져 있던 싸구려 SF 잡지들을 통해서 SF에 대한 그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그는 파는데 지장 없도록 책이 구겨지지 않게 조심해서 보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이를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아들이 -때로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도 담겨있는- 이런 대중 잡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서관 대출증을 만들어 주었고, 결국 이로 인하여 그의 독서욕과 대작가로서의 가능성은 더욱 더 커져만 갔다.
1935년. SF잡지 어스타운딩 스토리즈에 처음으로 독자 평론을 투고하였던 그는, 1938년에는 자신의 습작을 들고 이 잡지를 찾아가 작가로서보다는 편집자로서 더 잘 알려진 -그리고 SF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내기도 한- 존 캠벨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SF 애호가 모임 '퓨처리언즈(The Futurians)'에 나감으로서 그는 '내부인'으로 남게 되었다.(SF, 판타지, 추리 등 역사 깊은 장르 문학에서는 작품의 팬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다가 작가 등으로 활동하는 '내부인'과 개인적으로 관심은 없었다고 해도 해당 장르에 뛰어들어 활동하게 되는 '외부인'으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 스티븐 킹은 -SF인들의 관점에서는- '내부인', 마이클 크라이튼 같은 작가는 '외부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의학계에 참여하려다 화학으로 전공을 바꾼 그는 계속해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1942~1946년까지 군무원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다.(전쟁 중이었던 1942년 5월부터 45년 10월까지는 스타쉽 트루퍼스로 유명한 로버트 라인라인과 역사 SF 작가인 L 스프러그 드 캠프 두 사람과 함께 화학자로 일했다.) 생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49년부터 보스턴 의과 대학에서 전임 강사를 맡았던 그는, 1955년 부교수가 되면서 종신 재직 자격을 얻었으나 집필에 전념하기 위하여 1958년부터 강의를 그만두었다.
1939년 진공 표류(Marroned Off Vesta)라는 소설을 어메이징 스토리즈에 기고함으로서 작가로서 데뷔한 그는, 이어 로비(Robby, 1940), 전설의 밤(Nightfall, 1941)같은 명작 단편들을 소개하였고, 처녀 장편인 먼지와 같은 별들에 이어, 그의 작품 중 최고의 걸작 시리즈 중 하나로 손꼽히는 로봇 도시의 첫 번째 작품 강철 도시(The Caves of Steel, 1954)를 선보였다.
그러나, 1957년 스푸트니크 발사로 전 미국인이 충격에 잠겼을 때 -잘은 모르지만, 저 우주에서 우릴 감시하고 있다면서 공포에 젖어 있을 때- 그는 소설 창작을 중단하고 논픽션 과학 교양서적들의 집필에 몰두하였다. 그의 전공인 화학을 시작으로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등 다채로운 분야의 수많은 교양서적을 출간하였고, 한편으로 아이작 아시모프의 성경 가이드와 같은 종교 서적까지 집필하는 등 왕성한 창작 욕구를 보여주기도 했다.(하지만, 상당히 재미있게도 그 자신은 무신론자이며, 창조론이나 종교적 광신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입장이기도 했다.)
1977년에는 그의 이름을 딴 아시모프의 SF 매거진이란 잡지(현재 미국의 3대 SF 잡지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를 창간하였고, 2백살을 맞은 사나이(Bicentennial Man) 등으로 휴고상, 네뷸라 상 등을 휩쓸고, 여기에 거장(Grand Master)의 칭호에다 18개 달하는 명예 박사 학위를 받기도 한 그이지만, 한편으론 '베스트셀러'에 오른 사실에 기뻐서 홀로 인터뷰 칼럼을 내는 등 너스레를 떠는 재치를 통해서 팬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 이렇게 거만하게 느껴지는 아시모프이지만, 재치가 넘치는 아저씨이기도 하다. >
그랜드 마스터, 명예 박사, 심지어 '미국의 보배'라는 거창한 말을 듣기도 했던 그이지만, 앞서 말했듯이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아저씨 같은 분위기에 한편으로 수많은 약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를테면, 고소 공포증을 갖고 있어 첫사랑의 상대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탔다가 혼비백산하기도 하고, 죽을 때까지 자전거를 배우지 못할 정도의 운동 음치에다, 피부가 유난히 약해서 햇빛에 조금만 노출되어도 피부가 발갛게 익어버리는 특성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왕성한 창작 욕구를 바탕으로 최소한 400권 이상(500권 이상 추정)의 책을 출간한 그는, 1992년 유작인 골드(Gold)를 남기고 우주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그의 유작, 골드는 휴고상 중편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오멜라스 출판사에서 나온 유고집 <아이작 아시모프 과학 소설 창작 백과>에 함께 수록되어 있다.
아시모프의 상상 세계
SF를 제외하고도 그가 내놓은 교양서적(물론 과학 서적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의 수는 수 백 권에 이른다. 양 만으로 생각하자면 SF보다 교양서적에 더 몰두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이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본질은 창작 작가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실례로, 창작을 위하여 교수직까지 때려 쳤을 정도니 말이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거창한 명성으로 SF의 역사 속에 그 이름을 남기고 있는 그의 작품은 장편, 단편을 포함하여 무수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의 이름을 딴 SF 잡지가 현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그의 이름을 가장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근래에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통해서 접했던 '로봇 공학'이라는 분야일 것이다.
아이, 로봇.... 로봇 공학의 시작
< 터미네이터란 끝내주는 자...? 이런 작품은 로봇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다. (그런데 아놀드 슈바제네거는 누구지?) >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달아나는 주인공들. 저 멀리 선글라스를 낀 근육질의 남성이 천천히 걸어오며 주변의 사람들을 향해 가차 없이 총알을 선사한다. 선글라스 밑에는 인간의 것이 아닌 붉은 눈동자가..."
지난 3부작의 3번째 편으로 엄청난 욕을 먹긴 했지만, 새로운 3부작의 첫 작품인 4편의 개봉을 앞두고 기대를 모으고 있는 모 영화의 첫 작품 한 장면이다. 근육질 액션 배우의 대명사로서 미스터 유니버스 자격까지 갖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섭외하여 완성한 이 작품은, 특히 무표정한 로봇 암살자의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컴퓨터의 반란으로 초래되는 참혹한 미래의 모습을 통해 슬픈 이미지를 안겨주기도 했다. 지금 인간은 컴퓨터라는 도구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때 슬픈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그런 것이라고 할까?
< 기계에 대항하여 인간들은 무기를 든다 (메트릭스 레볼루션) >
비단 이 작품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로봇이나 컴퓨터의 반란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끝이 없다. 매트릭스에선 컴퓨터에 의해 인간이 '건전지' 취급을 받고 있으며,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선, 오류에 빠진 컴퓨터가 사람들을 승무원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인 아톰에서조차 아틀라스를 비롯한 수많은 로봇들이 인간들을 해치고 세계 정복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현실... "21세기 내에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를 능가할 것이다."라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니, 그야말로 인간의 미래는 컴퓨터에게 지배되는 것이 당연하게 비추어질 정도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러할 것인가? 그런 "로봇들의 반란"을 막을 길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우연히도 그가 태어난 해에 탄생한- 로봇(Robot)이라는 용어와 개념 자체엔 흥미를 느꼈지만, 프랑켄슈타인이래 반복되는 인조인간의 반란에 식상한 아시모프는 로봇에 대해서,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시스템에 대해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였다.
1942년 "속임수"라는 네 번째 로봇 단편에서 처음 공개된 그 개념은 '로봇 공학(Robotics)'.
그 자신은 몰랐지만 이제껏 존재치 않았고, 그리하여 그가 창조한 세 단어(나머지는 '양전자(Positronic)'와 '심리역사학(Psychohistory)'이다.)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그 후 현실에서의 로봇 발전에 있어 절대적인 역할을 한 단어였던 그 개념을 통해서, 그는 로봇이 -흔히 생각하듯- 인간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도구로서 사용되는 기계라는 점을 명확히 선언하였고, 충분한 안전장치를 통해 반란이나 폭동 같은 사건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 이 작품에서 우리는 매우 로봇다운 로봇을 보게 된다. (아이, 로봇) >
수 년 전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I, robot)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대중에 다시 알려지게 된 이 개념은, 로봇의 기본 행동을 규정하는 3가지 원칙으로서 구성된다.(추후 0법칙이 추가되어 4개 법칙이 되었다.)
1.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으며, 인간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방관해서도 안 된다.
2. 로봇은 첫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로봇은 첫 번째 및 두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아시모프 자신이 인류에게도 적용할 수 있고, 또한 인류 역시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 원칙은 사실 매우 고차원적인 시스템이기에 60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도 로봇이나 컴퓨터 시스템에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이를테면, 제 1 법칙을 적용하려면 컴퓨터가 인간을 완벽하게 구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제 3 법칙을 위해서는 로봇이 ' 자신에게 위해가 닥치는 상황 '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만 하는데, 둘 다 현재 기술로 적용하는 데는 엄청난 어려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 3 문장에 지나지 않는 이 '로봇 공학 3원칙'을 통해서 그 후 아시모프의 작품을 포함한 수많은 로봇 이야기들이 탄생하였고, 전세계의 많은 이들이 로봇의 존재를 부정하고 공포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받아들이게 해 주었다.(방향성은 조금 다르지만, 일본 만화와 로봇 기술의 발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데츠카 오사무 역시 아시모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로봇 공학'에 의해서 시작된 그의 작품은, 로봇이 '노예제에 대한 은유' 같은 상징적인 개념이 아니라, '컴퓨터로 움직이는 더욱 편리한 도구'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보다 안전하고 보다 편리하며, 보다 행복한 삶을 제공할 수 있는 기계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러한 방향으로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 아톰이 태어난 해를 기념하여 제작된 우주소년 아톰. 국내에서도 TV를 통해 방영된 이 작품도, 아시모프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
H.G.웰즈나 쥘 베른의 작품을 통해 달로 날아가는 것을 당연시하게 된 인간들은, 아시모프의 '로봇'을 통해서 편리한 도구로서의 로봇을 꿈꾸게 되었고, 실제의 로봇공학 산업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이 점에서 아시모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의 로봇 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비슷한 의미에서 데츠카 오사무는 아톰을 통하여, 일본을 비롯한 동양의 로봇 개발에 큰 영향을 주었다. 현재, '도구로서의 로봇'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일본은 아시모 등 '친구로서의 로봇'을 내세우는 경향이 강한데, 그것은 소년 로봇이었던 '아톰'이 바로, 인간의 친구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로봇 공학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장편, 단편을 포함해서 정말로 수를 셀 수 없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작품은 역시 장편인 로봇 시리즈. 그의 최고 장편 중 하나인 파운데이션, 그리고 우주 시리즈에 연결되는 이 작품은 지구를 떠나 정착한 이래 생체 개조를 통해서 그야말로 '우주인'이라고 밖에는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버린 이들과, 완벽하게 환경을 통제하는 강철 도시라는 자궁 속에 파묻혀 버린 지구인의 이야기를, 지구인인 형사 다니얼 베일리와 -그의 캐릭터 중 가장 인기 높은 인간형 로봇, R 다닐 올리바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끌어 나가고 있다.
총 4편으로 완결되는 로봇 시리즈는 그 후 많은 논란의 여지를 가져온 0원칙을 등장시킨 것으로도 눈여겨 볼 만하지만, 한편으로 판타지 세계의 엘프를 연상케하는 -본래는 지구 출신이었던- 우주인들과 지구인들의 대립 상황을 통해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도 기억할만하다.
< USR의 파괴로봇은 로봇 공학 원칙에도 불구하고 스프너를 죽일뻔 한다. 영화 (아이, 로봇) >
이런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의 로봇 공학이 인간을 완벽하게 보호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 준다.(그리고 그 역시 그 점을 심각하게 고민했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실례로 장편 로봇 시리즈에서는, 로봇 공학 원칙을 적용한 양전자 로봇도 방법에 따라서 인간을 해치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는데, 영화 아이, 로봇에서도 USR사의 파괴 로봇이 '인간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인간 살해를 저지를 뻔한 모습으로서 이러한 것을 드러내고 있다.

< 인간이 되고픈 로봇? 아시모프의 작품을 대중에 알린 몇 안 되는 영화 작품 이다. >
또한, 그의 로봇 작품 중에는 몇 년 전 로빈 윌리암스의 주연으로 영화화된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 - 200살을 맞은 사나이)처럼, 인간이 되고 싶은 괴짜 로봇이 등장하는 것들도 있고, 창작을 하고 싶은 욕구가 극에 달한 나머지 주인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기도 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칼같은 작품도 있지만, 로봇을 인조인간이나 노예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편리한 기계의 개념으로서 보는 그의 탁월한 인식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서의 로봇의 역할과 그 작용을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도, 그는 인류의 멸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낙관적으로 미래를 보았던 몇 안 되는 SF 작가 중 하나였기에...
아시모프의 로봇 공학 작품을 이야기할 때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나는 로봇(I, Robot)이지만, 사실 이 작품은 그의 로봇 단편 중 대표적인 것 9개를 모아서 완성한 단편집이다.(아이, 로봇이라는 이름은 본래 이언도 바인더의 작품 이름으로서, 아시모프는 출판사의 제안으로 그의 단편집에 이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아이, 로봇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단편이나 장편은 없지만, 그럼에도 헐리웃에서 나온 블록버스터에 그 제목을 붙이며 '아이작 아시모프'의 이름을 당당하게 실을 수 있는 것은 이 작품 속의 이야기가 로봇 공학 3원칙에 기반을 둔 아시모프의 작품의 기본 개념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기 때문.(더구나, 아시모프의 로봇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로봇 학자 수잔 캘빈이 등장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 자신에 대한 트라우마? 그는 로봇에 의심을 품는 소수의 사람이다. >
이 작품에서는 물론 우연하게 만들어진 0원칙에 의해서 인간들을 통제하고 해치도록 명령하는 컴퓨터나 로봇 공학 3원칙을 따르지 않고 행동하는 '감정을 가진' 로봇이 등장하는데, 이렇듯 아시모프의 개념에서 조금 떨어진 요소가 있음에도 작품의 곳곳에서 아시모프의 상상력을 충실하게 체험할 수 있다.

< 처참하게 부서진 상태에서도 주인공에게 도망치라고 말하는 로봇. 그것은 너무도 '로봇답다' >

< 주인공에게 손을 내미는 로봇. 조금 전까지 죽일 듯이 달려들던 로봇들이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이들이 프로그램으로 작동한다는 기계일 뿐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
무엇보다도, 이제까지 만들어진 '가장 로봇 다운 로봇'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돋보인다.
아시모프의 작품에 친숙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이 작품을 보다보면 로봇이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친구이기 때문'이거나, '그게 착한 행동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로봇이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의 명령을 듣는 것은 마치 자동차의 핸들을 꺾었을 때 방향이 바뀌는 것처럼, 그리고 컴퓨터의 전원을 넣었을 때 화면이 나오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하여 영화 속의 사람들은 로봇을 평범한 기계로서 대하고, CG로 만들어진 로봇들은 바로 그러한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
(가령, 아이와 어른이 물에 빠졌을때 "구할 확률이 더 높다."는 이유만으로 어른을 먼저 구하는 것은 오직 로봇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물론, 그로 인해 주인공은 로봇을 불신하게 되지만...)
아시모프의 작품 중 영화화된 것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 재현될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고려한다고 해도 아이, 로봇은 그가 생각하는 미래상을 가장 충실하고 또한 사실적으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역사에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작품은 로봇다운 로봇을 그려낸 최초의 영화이며, 로봇과 함께 하는 미래의 가능성을 멋지게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기에...(무엇보다, 지금껏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수잔 캘빈을 영상으로 보는 것 만으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수잔 캘빈의 진정한 활약상(?)을 보고 싶다면, 우리 교육 출판사에서 작년에 나온 소설, <아이, 로봇>을 보는 쪽을 권한다. 액션 영화로 바뀐 영화와는 달리 진정한 로봇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아시모프의 우주 연대기
< 그녀가 바로 아시모프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의 하나, 수잔 캘빈이다. (아이, 로봇) >
아시모프가 만든 SF 작품 중에는,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도움을 주기도 했던 황금 시대의 영웅, 존 캠벨의 것처럼 하나의 연대기 속의 일부라는 느낌을 주는 것들이 많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로봇 단편이나 장편은 매우 많은 숫자를 자랑하지만, 그들 중 상당 수에는 초기의 로봇 공학자로서 영화에도 등장한 '수잔 캘빈'의 이름과 USR 사를 접할 수 있다.( 심지어 그녀의 이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도 할 수 있는 미래를 다룬 로봇 장편 시리즈에서조차 그녀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연대기적인 작품 구성은 존 캠벨과 로버트 하인라인에 의해서 시작되었지만, '로봇', '우주', 그리고 '파운데이션'의 3개 작품으로 완성되는 아시모프의 우주 연대기도 이들에 못지않은 완성도와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 미래를 예건하는 심리역사학자 해리 셀던. 그를 중심으로 또 하나의 연대기가 탄생한다. (파운데이션) >
50개에 이르는 정착 행성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과 강철도시의 지구인을 다룬 로봇 시리즈를 시작으로, 우주시리즈에서 인류는 수 만 개 이상의 성계와 행성으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파운데이션에 이르러 인류는 은하계의 거의 전부를 아우르는 영역으로 진출하여 평균 인구 40억인 2500만에 이르는 세계를 지배하기에 이르기 때문이다.
< 파운데이션의 삽회 중 하나... 트랜터의 모습.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 하지 않은가? >
에드워드 기븐의 로마 제국 흥망사에 영향을 받아서 완성된 파운데이션은, 문명의 쇠퇴를 겪어가는 우주 세계 속에서 새로운 인류 문명을 만들어나가는 '파운데이션'이라는 조직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인류의 미래를 수학적으로 예측하는 '심리역사학'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이 조직이 과학 종교를 시작으로, 무역, 군사력 등 다채로운 힘으로 점차 세력을 넓혀나가는 과정은 은하영웅전설등, 군사력에 의한 전쟁으로만 점철된 스페이스 오페라에 익숙한 이들에게 참신한 느낌을 전해준다.
<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마천루로 넘쳐나는 코러스칸트. 이는 파운데이션 속의 트랜터를 연상케 한다. (영화 스타워즈) >
< 아시모프팬이라면 제다이를 통해 제2파운데이션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스타워즈) >
많은 팬들의 열망과는 달리 이 작품은 영상화가 되지 않았고 또한 영상화되기도 어렵다고 여겨지지만, 매우 방대한 우주 세계를 무대로 전개되는 독특한 세계관은 그 후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특히 스타워즈에 같은 연대기적 작품에 영향을 주었기에, 스타워즈의 코러스칸트에서 하나의 도시로 이루어진 행성, 트랜터를 연상할 수 있으며, 마인드트릭을 사용하는 제다이를 통해 정신능력을 가진 돌연변이체 뮬이나 정신 세계를 다루는 제2파운데이션의 심리역사학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로마제국이라는 인류 역사상 드높은 제국의 역사에서 착안한 만큼, 충실한 완성도와 규모로 만들어진 파운데이션은 총 7권에 이르는 장편으로 출간되었으나, 아쉽게도 그의 죽음으로 인하여 그 뒤의 이야기는 영원히 미래의 존재로 남고 말았다.
(이 작품은 그의 연대기 장편에 속한 다른 작품들처럼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그가 죽은 뒤에야 출간된 7권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현재 <파운데이션>은 2011년 개봉을 예정으로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지만, 아직 제작에 들어가지 않은 만큼 확실하지 않다.)
과학적 상상력의 새로운 나래를 위하여
파운데이션으로 대표되는 아시모프 연대기의 특징은, 스타워즈나 스타트렉같은 작품과는 달리, 이 우주에 오직 인간 만이 존재한다는 점이다.(로봇시리즈의 '우주인'은 지구인이 우주에 정착하여 스스로 유전자 개조를 한 존재일 따름이다.) 그의 여러 작품에서는 물론 독특한 이성인들이 등장하고 그들과의 접촉이나 교류 같은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적어도 연대기 작품 속에서 외계인의 존재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사실 존 캠벨과의 실랑이에서 시발되었지만- 외계인이라는 존재가 우리와 매우 상반되어 있고, 그들의 기술이나 문명이 우리와는 엄청나게 다를 것이라는 문제점에서 시작되었지만, 그로 인하여 인간들의 다채로운 군상을 표현할 수 있는 '과학적 상상력'을 전개하는 이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교훈을 얻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바란 아시모프는 다른 작가들을 위하여, 자신의 세계관이나 개념들을 자유롭게 공개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였는데(일례로, '아시모프의 로봇 공학'은 수많은 SF작품에서 거론 되고 있다.), 이 중에서는 편집자인 마티 그린버그의 제안을 바탕으로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여 제시한 사례도 있다.
< 이 명작 게임에 아시모프가 개입했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지 모르지만, 분명 여기엔 파운데이션이나 아이작의 우주 같은 그의 과학적 상상력의 영향이 스며들어 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 >
80년대 말에 만들어진 그의 '아이작의 우주'는 수 백 만개의 행성에 고유한 생명체가 살고 있으며, 지능을 가진 6개의 종족이 살고 있는데 곤충이나 거북, 혹은 규소 생명체처럼 매우 독특한 존재들이 생존하고 있으며, 이들의 생태나 정치, 문화적 상황 등을 충실하게 제시해 줌으로서 그 후 많은 작가들의 창작에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마스터 오브 오리온, 팍스 임페리아같은 우주 전략 게임의 탄생에도 기여하였다.
< 그는 이미 죽었지만, 작품 목록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
최고의 SF 작가로서 한때 '그랜드 마스터'라고까지 불리었던, '과학적 상상력'의 대가. 그는 이미 10년도 전에 우리 곁을 떠났지만, 아이, 로봇의 영상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던 그의 상상력은 지금도 수많은 작품 속에 스며들어 새로운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으며, 앞으로 그의 그림자가 남긴 다양한 작품 속에 우리를 즐겁게 해 줄 것이다.
아이작 아시모프 작품 목록
앞서 소개했듯 아시모프의 서적은 수백권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 전부를 일일이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정확히는 그의 자서전에조차 완벽한 목록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여기서는 주로 그의 대표적인 시리즈와 국내에 소개된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해 본다.
(이들 작품 중 근래에 다시 출간된 몇 작품을 제외하면 살 수 있는 책은 거의 없지만,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에서 이들 중 대부분을 접할 수 있다.)
- 소설
1. 로봇 시리즈
1) 강철 도시(The Caves of Steel) - 1954.
2) 벌거벗은 태양(The Naked Sun) - 1957.
3) 여명의 로봇(The Robts of Dawn) - 1983.
4) 로봇과 제국(Robots and Empire) - 1985.
2. 우주 시리즈
1) 하늘의 조약돌(Pebble in the Sky) - 1950
2) 먼지와 같은 별들(The Stars, Like Dust) - 1951
3) 우주의 기류(The Currents of Space) - 1952
3. 파운데이션 시리즈
1) 파운데이션(Foundation) - 1951.
2) 파운데이션과 제국(Foundation and Empire) - 1952.
3) 제 2 파운데이션(Second Foundation) - 1953.
4) 파운데이션의 끝(Foundation's Edge) - 1982.
5) 파운데이션과 지구(Foundation and Earth) - 1983.
6) 파운데이션의 서곡(Prelude to Foundation) - 1988.
7) 파운데이션을 향하여(Forward the Foundation) - 1993.
4. 기타 작품
1) 영원의 끝(The End of Eternity) - 1955.
2) 마이크로 결사대(Fantastic Voyage) - 1966.
3) 두뇌 속으로의 여행(마이크로 결사대 2, Fantastic Voyage : Destination Brain) - 1987
4) 네메시스(Nemesis) - 1989.
5) 바이센테니얼맨(양자 인간, Bicentennial Man) - 1992. 이 작품은 아시모프의 단편 양자인간을 로버트 실버버그가 장편으로 개작한 것이다.
6) 골드(Gold) - 1994. 이 작품은 아래 소개하는 SF 특강과 함께 골드라는 제목의 유작으로 묶여 나온 것으로, 오멜라스 출판사에서 <아시모프 과학 소설 창작 백과>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7) 아이, 로봇(I, Robot) - 1950. 우리 교육 출판사에서 동명으로 출간되었다.
5. 비 SF
흑거미 클럽 - 2002. 아시모프의 추리 소설인 Black Widower 시리즈를 모아서 재출간한 추리 소설.
< 이렇듯 수많은 교양서적으로도 그는 기억될 것이다. >
- 논픽션/교양 서적
아시모프는 수 백 권에 이르는 과학, 혹은 문화 관련 교양 서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나, 여기서는 그 중 일부만 소개한다.(국내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교양 서적 중에는 심지어 판타지에 대한 것까지 있으며, 이들 작품들은 거의 모두 SF&판타지 도서관에서 볼 수 있다.)
1. 신화 속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Words From The Myths) - 1961.
2. 가상의 세계로의 여행
3. 아시모프의 바이블(Asimov's Guide to the Bible) - 1968.
4. 지구 이야기(ABC of the Earth) - 1971.
5. 성난 지구(Our Angry Earth: A Ticking Time bomb) - 1991
6. 아시모프의 과학 가이드(Asimov's New Guide to Science) - 1984. 천문학. 지구과학/화학. 물리학. 생물학.
7.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특강(Gold) - 1994. 유작 골드(Gold)의 3부를 별도로 편집.
- 영화/TV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의 작품 중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많지 않지만, 미국 만이 아니라 러시아, 독일 등 수많은 곳에서 다수의 TV물을 제작하였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등에서 자문이나 해설 등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여기서는 픽션 작품들만을 소개한다.
01. 캡틴 비디오와 비디오 레인저(Captain Video and His Video Rangers) - 1949~55. TV 시리즈. 스쿠더 보이 등 감독.
02. 동떨어진 현실(Out of This World) - 1962. TV 시리즈. 조나단 알윈 등 감독.
03. 강철 도시(The Caves of Steel) - 1964. TV물. 피터 새스디 감독.
04. 죽은 과거(The Dead Past) - 1965. TV물. 죤 고리에 감독
05. 미끼(Sucker Bait) - 1965. TV물. 나오미 카폰 감독.
06. 아이,로봇(Robot embustero, El) - 1966. TV물. 안토니오 드 라라 감독.
07. 보장된 만족감(Satisfaction Guaranteed) - 1966. TV물. 죤 고리에 감독.
08. 마이크로 특공대(Fantasy Voyage) - 1966. 리처드 플레이처 감독. 라켈 웰치, 스테판 보이드 주연.
09. 예언자(The Prophet) - 1967. TV물. 나오미 카폰 감독.
10. 거짓말!(Liar!) - 1969. TV물. 제랄드 블레이크 감독.
11. 벌거벗은 태양(The Naked Sun) - 1969. TV물. 루돌프 카티에르 감독.
12. 어글리 리틀 보이(The Ugly Little Boy) - 1979. TV물. 배리 모스 감독.
13. 스타트랙 극장판(Star Trek: The Motion Picture) - 1979. 과학 자문역.
14. 영원의 끝(Konets vechnosti) -1987. 안드레이 예르마시 감독.
15. 전설의 밤(Nightfall) - 1988. TV물. 폴 메이어스 버그 감독.
16. 로봇(Robots) - 1988. TV물. 더그 스미스, 킴 타칼 감독.
17. 간다하르(Gandahar) - 1988. 영어 번안.
18. 필링 109 - 1988. 리처드 클레터 감독.
19. 프로브(Probe) - 1988. TV 시리즈. 제작자.
20. 티치 109(Teach 109) - 1990. TV물. 리처드 클레터 감독.
21. 안드로이드 어페어(The Android Affair) - 1995. TV물. 리처드 클레터 감독.
22. 바이센테니얼맨(Bicentennial Man) - 1999.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로빈 윌리암스 주연.
23. 전설의 밤(Nightfall) - 2000. TV물. 그위네스 기비 감독.
24. 아이, 로봇(I, Robot) - 2004.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 윌 스미스 주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