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츠카 오사무의 대표작인 <철완 아톰>, <블랙잭>, 그리고 <불새>나 <도로로> 등은 [SF&판타지 도서관]에서 모두 소장하고 있습니다...emoticon 현재는 <철완 아톰>과 관련 작품(리메이크판 <우주소년 아톰>과 <플루토>만 전시 중이지만, 곧 나머지 작품도 전시할 예정입니다.)



  조금 늦게 알게 되었습니다만... 올해 2월 9일(즉 10일전)은 일본 만화의 신이라고 불리며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SF 분야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긴 작가, 데츠카 오사무씨의 서거 20주기입니다.

  20년 전인 1989년 2월 9일 병원에서 입원 중 혼수 상태에 빠져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난 것이지요. (당시 위암이었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만화 작업을 하고 그야말로 쉴새 없이 일을 하며 병에 걸려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서 자신을 말리는 직원들에게 "제발 일하게 해주세요."라고 사정하며 일에 매달렸다는 그...

  결국, 이런 생활이 화근을 부른 것인지 72세(만 70세)의 나이로 위암으로 사망했지만, 그의 영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런 데츠카 오사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지금은 폐간된 모 잡지 2005년 12월호에 기고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시간 표현 등이 다소 어긋난 점이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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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대략 6년 전인 2003년. 일본 전역에서 상당히 인상적이고 즐거운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름인 즉슨, "아톰 탄생의 해 기념식." 바로,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인간의 로봇 친구", 아톰이 -작품 설정 상- 태어난 해를 기념하기 위한 대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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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하는 아톰? 만화 주인공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


  한 지역에 그치지 않고 일본 전역을 아우르는 큰 규모의 행사. 일본의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그런 상황이, -어찌 생각하면- 평범한 만화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 존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만화라는 한 문화로 시작하여 세계적으로도 손꼽는 경제 대국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힘... 그리고 이제는 그 나라를 벗어나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는 그 영향... 그것은 바로 단 한 사람-아니 신?-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화의 신, 데츠카 오사무(手塚治虫)

* 만화 신의 탄생 이야기

  만화를 사랑하는 팬들 대부분-일부 제외-에게서 아톰의 아버지니, 재패니메이션의 창시자... 등으로 불리기 보다는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데츠카 오사무. 하지만, 그가 태어난 1928년 11월 3일은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한마디로 평범한 날이었던 것 같다.(같다라는 것은 그에 대해 아무런 기록도 없기 때문...) 흔한 성자들의 탄생 때처럼 별이 반짝인다거나, 혜성이 하늘을 빛내는 일도 없고 무엇보다도 태몽 같은 것도 기록에 없으니, 한 마디로 지극히 보통 사람의 탄생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한 발짝, 아니 자리에 앉아서도 수많은 만화를 접하게 되는 지금과는 달리 만화 자체가 거의 존재치 않았던 당시, 어린 시절부터 종이에다 만화(그것도 제대로 된 스토리를 가진 작품)들을 그리는걸 취미로 삼았던 소년이 평범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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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데뷔작, 마아짱의 일기장 ]

  그것도, 의학 전문부에 입학한 지 1년 만에 신문에서 만화가로 데뷔했다면 말이다. 1946년 4컷 만화 <마아짱의 일기장(マアチャンの日記帳)>. 그의 인기에 힘입어 지금도 다시 발매되고 있는 바로 이 작품으로 데츠카 오사무의 활약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47년 스티븐슨 원작과는 판이하게 다른 작품 <신 보물섬(新宝島)>을 통해서 그는 이제까지의 만화가 보여주었던 단순하고 짧은 이야기 구조를 벗어나 인물과 내용이 살아 숨쉬는 듯한 연출과 묘사를 통해 "그림이 움직인다!"는 등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해적과 대결하며 보물섬을 모험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당시 전쟁 직후의 황폐한 생활 속에서도 자그마치 40만부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이른바 "만화적인 연출"을 탄생시키며 데츠카 오사무 전설의 막을 올린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1952년. 2004년에 일본 열도를 들끓게 만들었던 전설적인 걸작 <철완 아톰(鉄腕アトム)>, 그리고 -역시 국내에서 TV로 인기를 모았던- 데츠카판 <서유기>의 원작, <나의 손오공(僕の孫悟空)> 등을 연재하면서 유명작가로 부상한 데츠카 오사무. 그리고 다음 해에는 <사파이어 왕자>란 이름으로 국내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남장 왕녀의 활약을 그린 걸작 <리본의 기사(リボンの騎士)>로서 소녀만화(국내에선 순정만화)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그 후에도 다채로운 만화로 이름을 떨친 그가 재패니메이션의 역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1958년 토에이의 동화 <서유기(西遊記)> 구성을 담당하면서.

  여기서 만화 이상의 가능성을 깨닫게 된 그는 1961년. 그 스스로의 투자로 데츠카 오사무 프로덕션 동화부를 창설하고 그로부터 2년 후. 일본 최초의 TV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을 등장시킨 것이다.

  당시 일본 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오직 극장용의 애니메이션 밖에 없던 시절, 1~2시간짜리 애니메이션을 최소한 반년, 길게는 2년 이상에 걸쳐 완성하던 그 시기에 매주 30분 정도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작업은 당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후일 "만화의 신"이라 불리게 될 그 사나이는 해냈다. 그것도 그 스스로 원화에서부터 때로는 동화까지 맡으면서...


  때로는 병으로 반쯤 죽어나는 상황에서 이불을 두르고 작업을 하면서도 "도저히 일정을 맞출 수 없습니다. 그만 쉬세요. 내친김에 저희도 좀 쉬죠.(^^)"라는 스텝에게 무릎 꿇고 사정하면서 "제발 하게 해 주세요...(해 주세요가 아님.)"라는 비화까지 존재하는 데츠카 오사무. 캐릭터 상품이나 DVD 등으로 제작비를 벌어들이는 현재의 애니메이션 시장과는 달리 몇 개 안 되는 광고 외의 수입원이 전혀 없던 당시의 TV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만화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며 그야말로 '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는' 상황을 그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면서 그는 일본의 만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는 세계를 탄생시킨 것이다.

  물론, 부업(^^)으로 돈을 벌면서 그야말로 무료 봉사로 애니메이터 역할까지 했던 그로 인하여 일본 애니메이터들의 급료가 지극히 저렴하게 결정되었다며, 후일 미야자키 하야호(*) 등의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데츠카 오사무야 부업으로 돈을 번다지만, 애니메이터들은 그럴 수도 없잖아!") 60~70년대 초에 걸친 그의 전성기. 데츠카 오사무의 활약은 그야말로 신의 그것에 필적할 정도. 수입이나 작품의 양은 진정으로 상상을 초월했지만, 작업 속도 역시 "가속 장치를 부착했다"는 평까지 들었던 전성기의 이시노모리 쇼타로(*)를 능가할 정도였으니...

  그리하여 그는 <철완 아톰>이후, 그가 동화의 공부에 큰 도움을 받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밤비>에서 모티브를 얻은-그리고 후일 <라이언킹>에 영향을 준- <정글의 왕자 레오(ジャングル大帝,정글대제)> 등 수많은 작품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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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기억하는 우표가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

  하지만, 1970년대 초에 이르러 데츠카의 신에 필적하는 활동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데뷔작 이래 그때까지 쉬지 않고 대작을 쏟아냈던 그였지만, 왠지 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듣게 된 것.

  그의 활약에 감동까지 하며 그의 노력에 박수를 그치지 않았던 만화계였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리하여 이제까지와는 달리 마지막으로 그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마지막으로 맡기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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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흉터에 다른 머리색. 검은 코트라는... 도저히 의사로는 보이지 않는 그가 수많은 기적을 탄생시킨다. (C) 데츠카 프로덕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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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하게 인기를 누리는 작품이지만, 데츠카 오사무의 죽음으로 미완의 작품으로 끝나고 말았다. ]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그의 최고 걸작 중 하나인 <블랙잭(ブラックジャック)>. 의학 전문부라는 전공을 살렸다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그의 여타 작품과는 달리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는 않았지만(처음에는 영화(1977년)나 연속 드라마(1981) 등 실사판의 작품이 먼저 제작되었고, 1993년의 OVA를 시작으로 극장판 등을 거쳐 2004년에야 TV시리즈가 제작되었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듯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전설 속의 캐릭터로 남게 된, 블랙잭이라는 무허가 의사의 활약을 그리고 있는 이 옴니버스 작품은 이제까지 그가 탄생시킨 수많은 캐릭터들이 엑스트라로 등장한다는 것도 특징.(가령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간 블랙잭이 남장한 왕녀(^^)를 치료한다거나...)

  이 작품으로 그는 일본 만화가 협회 특별 우수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그 후 불교의 시조, 부처의 생애를 그린 <붓다(ブッダ)>, 독특한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감상적인 사랑과 숙명을 그려낸 <불새(火の鳥)> 등의 걸작을 선보이며 1989년 2월 9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활약을 계속했다.


* 미야자키 하야오 - 혹시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잠시 소개하자면, 그야말로 현재 재패니메이션 성장의 주역 중 하나.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필두로 <미래 소년 코난> 등의 작품을 히트시키고, 근래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벼랑 위의 뽀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으로 재패니메이션의 품격을 높였다. 반 데츠카 일파의 선봉장.

* 이시노모리 쇼타로 - <가면 라이더>, <사이보그 009> 등 주로 개조 인간들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서 열혈 만화가 시마모토 카츠히코(본명 데츠카 히데히코지만, 데츠카 선생을 신경써서 필명을 쓰게 되었다. 데츠카 오사무씨의 아들과 거의 같은 날 태어나기도.^^)를 비롯한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작가.

http://ja-f.tezuka.co.jp - 데츠카 프로덕션


아톰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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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탄생을 기념하여 2003년에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C) 테츠카 프로덕션 ]

“마음을 지닌 유일한 로봇이자 인간의 친구인 아톰”. 아이작 아시모프(2005년 5월호 소개)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의 로봇 문화를 탄생시켰다면, 데츠카 오사무는 아톰을 통하여 일본의 로봇 문화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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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함께... 아시모프의 로봇이 도구라면 아톰은 친구이다. (C) 테츠카 프로덕션 ]

  작품 속에서 2003년 4월 7일(놀랍게도(?) 필자와 생일이 같다. 필자가 SF, 특히 로봇물을 좋아하는 것은 신(^^)의 계시라는게 아니겠는가?)에 탄생했다고 알려진 아톰은 그 작은 체격에 10만 마력이라는 강력한 힘과 7가지 숨겨진 능력을 갖고 있으며, 다른 로봇과는 달리 “마음”을 갖고 있다.

  단순히 명령을 들으며, 때로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는 기계로서의 로봇과는 달리 마음을 가진 아톰은 인간과 함께 마치 인간처럼 생활하며 친구로서 인간의 편을 듣는다. 그리하여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도 인간을 돕기 위해 노력하며, 최후에는 지구를 구하기 위하여 자신을 바치기도 하는 것.(코믹스)

  그다지 크지 않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로봇들을 마음대로 던져 버리는 아톰의 모습은 특히 인기를 끌었기에 우라사와 나오키(*)씨에 의해 <플루토>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는 “지상 최강의 로봇”편에서 당당하게 보여주기도. 여기서 아톰은 창조주이자 아버지인 텐마 박사(국내명 고명한 박사)에 의해 100만 마력의 힘으로 개조되어, 지상 최강을 목표 싸우는 로봇, 플루토와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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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라사와 나오키에 의해 리메이크된 아톰. 진정 소년 같은 아톰을 볼 수 있다. (C) 우라사와 나오키 ]

(* 우라사와 나오키 - 현재 일본 최고의 만화가 중 하나로서, 청소년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사실적인 연출과 스릴. 그리고 작화에서 느껴지는 깊이에서는 그를 따르는 이가 없을 정도. 후일 ‘야와라의 재현’이라며 인기를 끌었던 일본 유도의 영웅, 타무라 요코를 통해 회자되었던 <야와라!>를 필두로 <파인애플 아미>, <마스터 키튼>, <몬스터> 등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20세기 소년>에 이어, <플루토(Pluto)>를 통해 그 나름으로 재탄생된 아톰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연구에만 몰두하던 박사가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을 대신하여 로봇을 만든다는 설정은 그다지 독특하다고 할 수 없겠지만(오래전 <프랑켄슈타인> 등의 작품도 비슷한 느낌이었고, 전설이나 신화 속에서 그런 이야기는 많다.) 결국 로봇 아들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버린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 서커스 단을 전전하던 로봇(아톰)이 텐마 박사의 라이벌이자 동료였던 오챠노미즈 박사(국내명 코주부 박사)의 도움으로 인간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는 것은 상당히 독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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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열린 아톰의 축제! 인기를 느낄 수 있다. ]

이로부터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아톰은 학교를 다니며 친구를 구하기도 하고, 악당들과 대결을 벌이기도 하며 세계를 구하는 활약을 해낸다. 마음을 지니고 인간과 다름 없는 소년 로봇의 모습은, 1963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엄청난 인기를 획득하면서 일본의 어린이들을 열광시켰고, 결국 “인간과 닮은, 그리고 인간의 친구로서의 로봇”이라는 일본 로봇 문화를 계승하게 된 것이다.

서양의 로봇들이 보다 기계적이고 실용적인 면에 치중하고 있다면, 혼다의 아시모를 비롯한 일본 로봇들이 ‘인간의 친구’라는 분위기를 띄고 있는 것은 모두 아톰의 덕분(다시 말해 데츠카씨 덕분)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하지만, 미국의 로봇 공학자들이 아시모프의 작품으로 로봇에 흥미를 가졌듯, 일본의 로봇 공학자들이 아톰으로 흥미를 갖게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새로운 문화의 창시자

  “만화 캐릭터는 어떻게 그리는가?”

  일본에서 넘쳐나는 수많은 만화 강좌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 바로 이런 만화 강좌를 시작한 것이 바로 테츠카 오사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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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탄생시킨 수많은 캐릭터들 (C) 데츠카 프로덕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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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챠노미즈 박사를 닮은 비행기. 이를 보면 그의 캐릭터가 얼마나 사랑받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

  아톰 이래 수많은 역작들을 탄생시킨 데츠카 오사무. 그야말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넘쳐나는 그의 세계에서, 그는 단순히 자기 개인으로서 종결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탄생시키려는 듯 수많은 강좌와 강의 서적들을 제작했다.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은 책이나 기회를 통하여 그는 캐릭터 작법을 시작으로 만화의 실전에 이르는 많은 가르침을 내렸고, 이를 통하여 수많은 만화가들이 탄생했다던가?

  하지만, 이렇듯 직접적인 방법에 국한하지 않고도 데츠카 오사무는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이제껏 그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가능성에 도전하여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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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츠카 붐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만화로 출간된 리본의 기사 (C) 학산 문화사/데츠카 프로덕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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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교육 만화도 탄생시켰으니, 더 말할 여지가 없겠지? (C) 데츠카 프로덕션 ]

  이를테면, <리본의 기사(국내명:사파이어 왕자)>를 통하여 이제껏 남성들의 전유물이 되었던 만화들을 여성들도 접할 수 있는(한편으로는 여성들이 더 좋아할만한) 가능성을 탄생시켰고, 후일 소녀 만화(순정 만화)라 불리는 장르로 계승되도록 하는데 기여하였다. 그 밖에도 종교 만화 등 수많은 장르를 탄생시킨 그는, 필력이 떨어져 이제 쉴 때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도 <블랙잭>으로 -사실성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의학 만화라는 것을 제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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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보단 애니로 인기를 끈 정글 대제. (C) 데츠카 프로덕션 ]

  <철완 아톰>으로 SF 만화 붐을 이끌어내고, TV 애니메이션을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정글 대제>를 통해 동물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이끌어내고 그 밖에도 수많은 걸작들로 인기를 끌었던 제작자.

  4컷 만화를 시작으로 SF에서 판타지, 요괴물에 종교, 동물이 등장하는 모험물, 의학물, 심지어 성교육 만화까지 그야말로 죽기 직전까지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이끌어냈다는 것 만으로 보아도 1989년 죽은 그가 “만화 신”으로 부활했다는 팬들의 믿음이 결코 망상 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지 않을까?


* 데츠카 오사무와 재패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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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완 아톰. 지상 최강의 로봇편에서 스위스 최강인 몽블랑과 플루토의 대결은 단 두 페이지로 끝나지만, 요즘 만화라면 거의 2회(30~40페이지?) 이상은 필요했을 것이다. ]

  <철완 아톰>으로 재패니메이션을 탄생시킨 데츠카 오사무이지만, 그의 수많은 작품들(그리고 아마도 만화로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것은 의외로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그 자신이 담당하지 않았을 경우 애니메이션화 되는 것은 조금 무리라고 할 정도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

   그것은,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이 애니메이션을 위해 묘사를 최대한 늘리고 있는 요즘의 대다수 만화와는 달리 적은 장면으로 이야기를 늘리는데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피스>나 <드래곤볼> 같은 만화에서는 싸움 한편으로 거의 몇 권씩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철완 아톰>을 예로 들면 비교적 전투에 페이지를 많이 할당하고 있는 "지상 최강의 로봇"편에서도 전투 하나에 길어야 10페이지가 안 될 정도... 자그마치 9대의 강력한 로봇이 나와서 대결하는 이 작품이 딱 1권으로 종결된 것을 보면 정말 패스트푸드(라기보다는 수많은 맛이 농축된 깡통?)을 먹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런 만큼, 그의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경우 일단 길이가 만만치 않게 증가한다. 이를테면 대개 1회로 종결되는 <블랙잭>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30분 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하기도 버거울 정도이니 말이다.(<블랙잭>의 애니메이션이 많지 않은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십수권씩 되는 장편 작품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려면 최소한 50~60화. 실례로 초기의 <철완 아톰>은 장장 193화로 완성되었다.

  결국, 애니메이션 제작자는 신경을 많이 쓸 필요가 있다. 우선, 그의 작품 중 생략된 부분을 알아서 채워 넣고, 장면 묘사를 알아서 생각하고... 만화를 그대로 동화로 만들 수 있는 최근 작품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까?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을 혹사시키고, 그 자신도 죽어라 노력하며 작품에 노력을 쏟아 부은 것은. 결국 그런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머리 속의 이야기가 너무 넘쳐나는 나머지 함축해서 내놓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 자신은 언젠가 용감한 도전자에 의해 자신의 작품이 영상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하지는 않았을까? 그렇기에 그의 많은 작품 중, 또 많은 에피소드를 만화 만으로 남겨 놓았을지도 모른다.

(* 우라사와 나오키씨의 <플루토>는 그런 점에서 그의 기대를 계승하는 작품일 수도 있다. 전투 장면 등은 매우 짧게 끝나지만, 그야말로 숨겨진 가능성을 무한히 감추고, 8권 째에 이른 지금에도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그마치 8~9배... 이렇게 거의 뻥튀기처럼 불어나리라 누가 예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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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화째에 이르러 벌어지는 플루토와 아톰의 재대결. 이제 결말은 눈 앞일까? ]


* 데츠카 오사무 작품 목록
  단편까지 생각하면 일 년에 수 십 개씩 쏟아내기도 했던(그야말로 신의 그것이라 할 만한 속도를 자랑한다.) 그의 작품들을 전부 기재하고 소개한다면, 아마 이 잡지를 절반 이상은 채워야 할지도 모르니, 여기서는 정말로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몇 개 만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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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작품은 너무 다양해서 이들 만으로 잡지를 만들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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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파이어 공주가 낳은 쌍둥이가 활약하는 <쌍둥이 기사> 만화 신도 가끔 이런 속편을 내곤 했다. ]

(*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중 [국내]라고 된 것은 필자가 직접 보았거나, 발매/방송된 것을 알고 있는 경우. 때문에 부분적으로 부정확할 수도 있다.)
1. 만화
1) 마야의 일기장(マアチャンの日記帳) - 1946년. 소국민 신문 연재. 4컷 만화.
2) 신 보물섬(新寳島) - 1947년. 단행본 발매. 소설 원작 만화판. 국내.
3) 로스트 월드(ロスト・ワールド<前世紀>) - 1948. 단행본 2권. SF
4) 메트로폴리스(メトロポリス(大都会)) - 1949. 단행본. 영화 원작의 만화판.
5) 신비한 여행기(ふしぎ旅行記) - 1950. 단행본. 모험물.
6) 정글 대제(ジャングル大帝) - 1950. 단행본. 동물. 국내.
7) 아톰 대사(アトム大使) - 1951. 연재. 철완 아톰의 프로토 타입. SF. <철완 아톰>에 수록.
8) 철완 아톰(鉄腕アトム) - 1952. 연재. SF. 국내.
9) 리본의 기사(リボンの騎士) - 1953. 연재. 판타지? 국내.
10) 불새(火の鳥) - 1956. 연재(미완성 작품). 판타지. 국내.
11) 마그마대사(マグマ大使) - 1965. 연재. SF.
12) 도로로(どろろ) - 1967. 연재. 요괴물. 국내.
13) 바다의 트리톤(青いトリトン) - 1969. 연재. SF. 국내.
14) 붓다(ブッダ) - 1972. 연재. 종교 만화. 국내.
15) 블랙잭(ブラックジャック) - 1973. 연재. 의학물. 국내.
16) 세눈이 온다(三つ目がとおる) - 1974. 연재. 요괴. 초능력.
17) 비내림 소년(雨ふり小僧) - 1975. 연재. 요괴
18) 유니코(ユニコ) - 1976. 연재(미완성 작품). 판타지.
19) 돈 드라큘라(ドン・ドラキュラ) - 1979. 연재. 요괴.
20) 무지개 잉꼬(七色いんこ) - 1981. 연재. 도둑물.
21) 네오 파우스트(ネオ・ファウスト) - 1988. 연재.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한 작품? 3번째 만화화.

2. 애니메이션(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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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츠카 오사무판 서유기. 이걸 기억하고 있다면 여러분도 올드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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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미노 요시유키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바다의 트리톤. 강렬한 반전이 담긴 결말은 아동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충격을 주었다. ]

1) 은하소년대(銀河少年隊 ) - 1963. 데츠카 오사무 캐릭터의 인형극. 원안. 캐릭터.
2) 철완 아톰(鉄腕アトム) - 1963. 총 193화(24분). 흑백. 국내.
3) 정글 대제(ジャングル大帝 ) - 1965. 총 52화. 국내(정글의 왕자 레오)
4) 리본의 기사(リボンの騎士) - 1967. 총 52화. 국내(사파이어 왕자)
5) 오공의 대모험(悟空の大冒険) - 1967. 총 39화. 국내(서유기)
6) 도로로와 백귀마루(どろろと百鬼丸) - 1969. 총 26화. 흑백.
7) 바다의 트리톤(海のトリトン) - 1972. 국내. 총 27화.
8) 신 철완아톰(鉄腕アトム(新)) - 1980. 국내. 총 52화.
9) 신 정글대제(ジャングル大帝(新)) - 1989. 국내. 총 52화
10) 세 눈이 온다(三つ目がとおる) - 1990. 48화
11) 성서이야기(聖書物語) - 1997. 총 26화.
12) 아스트로 보이 철완 아톰(アストロボーイ・鉄腕アトム) - 2003년. 총 50화. 국내
13) 블랙잭(ブラック・ジャック) - 2005년.

3. 애니메이션(극장판)
1) 불새 여명편(火の鳥・黎明編) - 1970.
2)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존(火の鳥2772 愛のコスモゾーン) - 1980.
3) 유니코(ユニコ) - 1981. 국내(TV방송. 유니콘)
4) 불새 봉황편(火の鳥・鳳凰編) - 1986.
5) 블랙잭(ブラック・ジャック)

4. 애니메이션(OVA)
1) 러브 포지션 할레 전설(ラブ・ポジション ハレー伝説) - 1985.
2) 불새 우주편(火の鳥・宇宙編) - 1987. 국내(TV방송)
3) 블랙잭(ブラック・ジャック) - 1993.